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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리뷰] 코스모스 7화. 깨끗한 방

호두밥 2019. 5. 31. 16:45

먼지 알갱이들이 서서히 뭉치며 커다란 덩어리를 형성합니다. 덩어리들은 점점 더 커져 자체 중력을 가지게 됬고, 교차하는 궤도를 속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지표면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지구의 탄생과 초기 시절의 기록이 모두 사라졌다면 어떻게 지구의 나이를 알 수 있을까요?

1650년 아일랜드의 제임스 워셔 대주교가 제시한 답이 있습니다. 

대주교도 성서의 창조이야기를 정설로 받아들였죠. 하지만 성서에는 정확한 년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셔는 구약에서 역사적 사건을 찾았습니다.  열왕기 하권에 바빌론 왕 네브카드네자르의 죽음이 나옵니다. 기원전 562년이죠.

 

어셔는 아담에서 네브카드네자르 시대까지 구야그이 족보에 나오는 139명의 선지자와 족장들의 세대를 더했습닏. 계산 결과 세상이 시작된건 기원전 4004년 10월 22일 토요일 저녁 6시였죠. 

 

 

지구의 나이가 쓰인 또 다른 책이 있습니다. 바로 암석으로 쓰인 책입니다. 그랜드케니언의 암석층은 바다의 침전물이 오랜 시간 쌓여 생긴 것들입니다. 

 

선캄브리아기인 약 10억년 전에는 생명이 한 종류였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햇빛을 흡수해 산소를 만드느라 바빴죠. 이들에게 산소는 폐기물이지만 인간처럼 나중에 진화한 동물들은 산소없인 살지 못합니다. 

지구 나이를 알아보려면 각 층이 쌓이는데 얼마나 걸렸는지를 계산해서 더하면 됩니다. 한가지 문제는 침전속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겁니다.  보통은 아주 느립니다. 천년에 30cm가 쌓이는 정도인데 커다란 홍수가 나면 불과 몇일만에 30cm가 쌓이기도 합니다. 

 

많은 지질학자들이 지구 나이를 계산하려고 세계 곳곳의 암석층을 이용했죠. 하지만 그 답도 300만년에서 150억년까지 제각각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문제는 가장 깊은 암석층도 지구보단 젊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주에선 얘기가 다릅니다. 지구의 진짜 나이를 알려줄 기념품은 없을까요?

 

태양계가 형성될 때, 쓰이지 않고 남은 재료를 찾아볼 수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목성궤도와 화성 궤도 사이죠. 

이곳에 있는 소행성 중 하나가 궤도를 벗어나 약 5만년 전 지구에 도착합니다. 소행성이 날아들며 그랜드케니언을 뒤흔들었을 겁니다. 그 충돌은 훗날 애리조나라는 지역에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습니다. 

 

이 구덩이를 남긴 철 운석의 파편들은 온전히 남아있습니다. 그 철이 단련된 시기를 알면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의 나이를 알 수 있죠. 

 

 

돌의 일부 원자는 자연히 붕괴해 다른 원소로 바뀌는 방사성 원소였을 수 있습니다. 우라늄 원자는 먼저 토리움 원자가 됩니다. 여기엔 평균 몇십억년이 걸리죠. 토리움은 훨씬 불안정해서 한달이 안되 트로트아티늄으로 변하고 트로트아티늄은 1분만에 다른 원소가 됩니다. 원자는 10번의 핵분열을 더 겪은 뒤 붕괴의 사슬의 종점에 도달합니다. 안정적인 납 원자죠. 납은 영원히 그대로 남습니다. 

 

20세기 들어 학자들은 방사성원소가 다른 원소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각 불안정 원소의 원자가 시간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일정한 비율로 붕괴함을 알아냈죠.

원자의 핵은 일종의 성역으로 환경의 격변이나 충격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데 우라늄 원자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암석이 형성된 뒤 우라늄 몇%가 납으로 변했는지를 알면  그 암석이 형성된 후로 흐른 시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구가 형성됬을 때 만들어진 암석은 이제 없다는 겁니다. 

 

지구 생성 초기의 납의 양을 측정한  방법이 있습니다. 하늘의 선물인 운석이죠. 운석에 남은 납의 양은 지구가 생성됬을 당시의 양과 같죠. 

 

1947년 시카고 대학교의 해리슨 브라운이란 과학자가 그 사실을 처음 알고 대학원생인 클레오 패터슨에게 측정을 맡깁니다. 

 

패터슨이 지르콘 알갱이에서 납의 양을 측정하는 동안 또다른 대학원생 딜튼는 같은 시류에서 우라늄 양을 측정했죠.

 

우라늄의 측정결과는 모두 같았지만, 납 성분 측정 결과는 들쑥날쑥 했습니다. 패터슨이 2년여간 시도했지만 납 수치는 여전히 비정상적이었죠. 실험실에서 납성분을 없애기 위한 패터슨의 강박에 가까운 세척과 정화 노력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실험실을 처음부터 새로짓는 길뿐이었는데, 기회가 왔죠. 켈리포니아 공과대학으로 옮긴 해리슨 브라운이 그에게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패터슨은 무려 6년동안 지구를 오염시키는 납의 원천을 끈질기게 추적해왔습니다. 그는 세계 최초의 초청결실을 짓고 나이가 이미 밝혀진 암석의 납의 양을 드디어 측정해냅니다.

 

그는 운석 표본을 아르곤 국립연구소로 가져갔습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질량원소분석기를 가진 곳이었죠. 

시료를 외부의 납 오염으로부터 격리한 패터슨은 마침내 시료에 함유된 납과 우라늄의 원소를 측정해냅니다. 그리고 지구의 나이가 45억년임을 알아내죠. 

 

하지만 그 발견으로 패터슨은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몇백년 전 기독교에서 고대그리스의 성대한 축제였던 사트루날리아를 성탄절로 바꿉니다. 긴 역사를 가진 동지연휴가 새로운 용도로 재탄생한 것이죠. 

 

고대 로마의 납의 신인 사투르누스는 토성을 의미하기는 신이기도 합니다. 사투르누스는 자식을 잡아먹었다는 어둠을 가지고 있는 신이기도 합니다. 

 

분명한 건 사투르누스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납의 중독을 나타낸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배수로를 납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광범위한 납 사용이 로마제국 멸망의 주원인이라 믿습니다.

 

왜 납의 독성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사용했을까요? 납은 싸고, 잘 변형되고 다루기 쉽죠. 그뿐 아니라 치사량의 납의 접하는 광부나 노동자들은 소모품이었습니다. 노예의 목숨은 하찮았죠.

 

원래 지구의 납은 대부분 깊은 지하에 묻혀있었습니다. 하지만 8500년전 인류는 땅을 파해져 암석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냈죠.  

납이 왜 그토록 위험할까요? 남이 우리몸에 들어가면 철과 아연과 같은 금속으로 위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납은 신경전달 물질을 차단합니다. 

 

1920년대 제러널 모터스의 토머스 뮤즐리와 찰스 케터링이 사에틸납이 휘발유 첨가제로 쓸 수 있음을 알아냈죠. 사에틸납은 한때 독가스용으로 거래됬던 물질입니다. 사에틸납은 지용성이라 피부에 반컵만 부어도 죽을 수 있죠.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미쳐가고, 죽어가는 일이 뉴스에 보도되자, 회사에선 이를 해결해줄 과학자를 섭외했습니다.  이무렵부터 공중보건과 환경에 대한 위험을 은폐하는 데 과학의 권위가 이용되기 시작했죠. 

 

 

제너털 모터스는 로버트 키호를 고용했죠. 그는 납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의심을 제시했습니다. 키호는 납이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납을 다루는 노동자에겐 직업상 위험이 있지만 업계의 자율 규제에 맡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했죠.

 

그는 납이 소비자에게 위험하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했고, 수십년동안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클레오 패터슨이 지구의 나이를 찾아나섭니다. 패터슨은 지구의 나이 측정으로 납 측정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됬습니다. 그 역시 납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추측했죠.

 

진정한 과학자인 그는 납이 자연에서 순환하는 과정을 철철히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패터슨 심해와 지상의 납성분을 조사했죠.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조사 결과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깊은 바다의 납 농도는 아주 낮았지만 앝은 수면과 지면의 납농도는 수백배 높았습니다. 어느 바다에서나 앝은 바다의 물이 심해수와 섞이려면 수백년이 걸립니다. 수면의 많은 납이 최근 생긴 것이란 뜻이죠. 

 

 패터슨은 빠른 속도로 전세계의 바다에 납을 공급하는 것이 유연 휘발유라고 결론내렸습니다. 패터슨은 유연 휘발유를 고발하는 과학논문을 작성합니다. 논문이 발표된지 사흘만에 압박이 시작됩니다. 석유업계는 지원을 끊어버렸고 패터슨을 해고시키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패터슨의 편이었고 그의 연구를 지원했습니다. 

 

패터슨은 남극과 북극의 빙하를 비롯 세계 곳곳의 산과 강에서 표본을 수집했습니다. 

세상의 어떤 곳을 조사하건 시간을 얼마나 거슬러 올라가건 결과는 같았습니다. 

수중이나 지상이나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납의 농도는 현재보다 훨씬 낮았죠.

 

 

 

패터슨은 지구의 나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례없는 규모의 집단 중독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납 업계에서 고용한 과학자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죠. 

 

그러던 중 한 남자가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1966년 애드먼드 머스킷은 납문제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청문회의 첫번째 증인은 오랜 유연 휘발류 옹호자인 로버트 키호박사였습니다. 이 청문회의 다섯번째 날 패터슨이 나타났죠.

 

 

패터슨은 그 후로도 20년간 업계와 싸웠고 마침내 미국 소비자제품에 의해 납 사용이 금지됬죠.  지구의 나이를 알아낸 남자는 역사에 남을 20세기 공중보건의 승리를 이끌어낸 주역이기도 합니다. 

불과 몇년 만에 어린이들의 혈중 납농도가 75% 가까이 줄었습니다. 아무리 낮아도 인간에게 안전한 납수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환경의 다른 위험을 경고합니다. 이권 세력은 여전히 과학자를 고용해 혼란을 주지만 결국 자연은 절대 속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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